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노숙자 못 오게…바위 26개 논란

LA한인타운 노숙자 밀집 지역에 누군가가 노숙자의 접근을 막기 위해 바위 여러 개를 갔다놔 찬반이 갈리고 있다.   CBSLA에 따르면 최근 4가와 웨스트모어랜드 애비뉴 샤토공원 입구 공터에 바위 26개가 놓였다.  혼자 옮기기 힘든 바위는 공원 입구 공터 곳곳에 자리했다. 이웃 주민들은 하룻밤 사이 누군가 바위를 갖다 놨다고 전했다.     원래 바위가 있던 자리는 노숙자 텐트촌이 있었다고 한다. LA 위생국에서 노숙자 텐트촌을 청소한 뒤 곧바로 바위 26개가 놓였다. LA시 정부나 10지구 시의원실에서도  바위가 놓인 사실 자체를 몰랐다.     주민들 반응은 갈렸다. 인근 주민들은 바위가 놓이고 노숙자 텐트촌이 사라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이들은 CBS 인터뷰에서 “그곳은 항상 더럽고 (노숙자끼리) 싸우고 불도 났다”며 “지금은 훨씬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그동안 시 측에 노숙자 문제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참다못한 누군가 사비를 들여 바위를 갖다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 주민은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 이곳에서 머물던 노숙자들은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노숙자 배척 행위를 경계했다.   LA시 측은 최근 주민들이 인도나 공터에 대형화분이나 바위를 놓는 경우가 늘었다며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재 기자노숙자 바위 노숙자 텐트촌 la한인타운 노숙자 노숙자 배척

2022-02-01

살해·절도 피해 홈리스 증가…중범죄 등 체포 건수도 상승

LA가 증가하는 홈리스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범죄를 저지르거나 노출된 홈리스가 모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A데일리뉴스는 6일 연방수사국(FBI)와 LA경찰국(LAPD) 자료 등을 바탕으로 LA 홈리스 실태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LA 홈리스 수는 3만 4189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만 8464명보다 20% 상승한 수치다. 범죄에 노출된 홈리스도 증가했다. 지난해 살인과 강간, 강도, 절도 등 주요범죄에 노출된 홈리스는 1716명이었다. 이는 전년도 1509명에 비해 14% 증가한 수치다. 특히 LA 다운타운 스키드로에서는 남성 홈리스들이 갱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고 여성 홈리스들은 심각한 성폭력과 성학대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리스 체포 건수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중범죄로 체포된 홈리스는 전년도에 비해 12% 상승했고 경범죄로 체포된 수는 전년도 대비 9% 많아졌다. 지난해 인도에서 잠을 자거나 도로에 물품을 쌓아 받은 벌금 건수는 전년도보다 8.5%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LA가 홈리스 단속을 오히려 강화하면서 그들을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LA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홈리스 대처 전담팀인 '호프'(HOPE)'를 구성해 활동해 왔다. 호프팀은 그동안 홈리스 229명을 보호소로 보내고 23명은 영구적인 주택을 제공했으며 17명에게는 가족들을 연결해줬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2018-03-07

정부, 노숙자 위생시설 설치에 주민들 "노숙자촌 형성 반대"

LA카운티 지역 노숙자가 5만7700여 명으로 늘어나면서 위생문제와 주민불안이 커지고 있다. 21일 LA타임스는 LA도심 남쪽 지역 노숙자 실태를 보도하며 위생문제와 주민불안이 겹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사우스베이와 하버 지역 노숙자는 2017년 6145명으로 전년보다 4%나 늘었다. LA카운티 보건당국은 노숙자 사이에서 A형 간염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이동식 간이화장실과 세면대를 노숙자촌에 설치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샌디에이고 A형 간염 환자 속출 및 사망자 증가를 예로 들며 위생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숙자가 증가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위생시설을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조처를 바라보는 노숙자촌 인근 주민은 불안을 호소한다. 가뜩이나 노숙자가 늘어나는 마당에 위생시설까지 설치하면 영구 노숙자촌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주민들은 LA다운타운 스키드로 외에 교외 지역까지 노숙자촌이 늘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관공서에 노숙자 편의시설을 확충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해당 지역 노숙자는 이동식 위생시설이 삶의 질을 지켜준다며 환영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2018-02-21

OC, 노숙자에 모텔 숙박권 지급…샌타애나 강가 집단촌 거주자만

오렌지 카운티 정부가 샌타애나 강가에 자리 잡은 노숙자촌을 철거하면서 노숙자에 모텔 숙박권 지급을 시작했다. 21일 LA타임스는 노숙자 수백 명이 텐트를 치고 사는 샌타애나 강가 현장을 보도하며 노숙자 대이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OC 정부가 최근 이곳 텐트촌 철거에 나서면서 노숙자에 모텔 숙박권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샌타애나 강가는 OC지역 대표 노숙자 촌으로 알려졌다. 갈 곳 없는 이들은 강가에 텐트를 치고 하루하루는 나고 있다. 그동안 OC 정부는 겨울철 우기 때 강물이 범람하면 노숙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에 애썼다. OC 보건당국은 직원 40명을 애나하임 혼다센터에 파견해 노숙자 이사를 도왔다. 이들은 텐트를 가져온 노숙자의 명단을 적고 75달러 상당의 모텔 숙박권을 배부했다. 노숙자는 이 숙박권으로 지정 모텔에 일주일 동안 머물 수 있다. OC 정부는 노숙자에 최대 30일 동안 모텔 숙박권을 지원한다. 또한 재활 등 의료지원을 위한 200개 병상 시설도 준비했다. 신문은 노숙자 이사를 진행한 첫날 100명 이상이 샌타애나 강가 텐트를 치우고 모텔로 향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마찰이나 사고는 없었다. 한편 OC 정부는 최대 30일짜리 모텔 숙박권은 샌타애나 강가 노숙자에만 지원한다고 밝혔다. 강가 텐트 대신 모텔로 옮긴 노숙자들은 오랜만에 따뜻한 잠자리를 얻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2018-02-21

[BIZ 포커스] LA한인타운 업소들 '노숙자 골머리'

연말 대목을 앞두고 LA한인타운 업소들이 노숙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업소 내부까지 들어와 영업 방해는 물론 물건이 없어지는가 하면, 고객 차량의 물건을 훔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소 이용 자체를 꺼리는 고객들도 있다는 것이 업주들의 하소연이다. 윌셔 길의 커피숍을 찾았던 애나 최씨는 "갑자기 악취가 나 돌아보니 노숙자가 업소 안으로 들어와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며 "건물 기둥에 등을 긁고, 냅킨을 바닥에 던지는 등 불쾌한 행동을 계속 해 앞으로 그 커피숍엔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6가에 위치한 한 업소는 최근 화장실 키를 잃어버렸다. 이 업소의 매니저는 "빌딩에 있는 화장실을 시용하는데 얼마 전 한 노숙자가 화장실에서 나오던 고객으로부터 키를 받고는 사라져 버렸다"고 황당해 했다. 그런가 하면 상가 입구에 생긴 노숙자 텐트로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LA한인타운 6가와 아드모어 코너 상가의 찰스 예 대표는 "3~5개월 전 상가 입구에 텐트 두 동이 들어선 이후 상가 전체 매출의 15%가 줄었다"며 "고객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데다 노숙자들이 상가안으로 들어와 빈병이나 담배꽁초를 줍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다반사"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종종 주차장에서 분실사고도 발생하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손님에게 칼을 들이대고 돈을 요구한 사건까지 발생해 경찰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달라지는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 인근의 노숙자들 때문에 고객들로 부터 악취와 두려움으로 인한 불만 접수가 많았다"며 "다행히 한 달 전 시에서 울타리를 설치한 이후에는 노숙자들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한 식당 관계자는 "LA에서 다른 지역보다 유독 한인타운에 노숙자가 많은 것 같다'며 "경찰 및 관계 기관들은 노숙자들의 인권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이로 인한 상인들의 피해는 도외시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LA경찰국(LAPD) 올림픽 경찰서의 해리 조 공보관은 "사유지를 침범한 노숙자들은 경찰에 신고하면 적절한 조취가 취해지지만 공유지인 경우에는 범법행위를 하지 않는 한 경찰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경우 '마이LA 311' 웹사이트를 통해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LA홈리스서비스국(LAHSA)에 따르면, 2017년 5월 현재 LA시의 홈리스 숫자는 3만4189명으로 지난해(2만8464명)보다 20%나 증가했다. 이중 홈리스보호시설(Shelter)을 이용하지 않는 노숙자 숫자도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2만5237명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인타운이 위치한 센트럴LA지역은 LA시 전체에서도 노숙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기준 센트럴LA에는 1만5000명 가량의 노숙자가 있으며, 이중 홈리스보호시설에 거주하지 않는 노숙자가 전체의 70%인 1만700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사진=정현욱 기자

2017-11-06

'노숙자들의 뉴타운'된 LA 코리아타운

홈리스 텐트 철거 요청 999건 스키드로 제외하고 가장 많아 노숙 장소 423곳·윌셔 등 집중 4월에 급감했다가 다시 증가세 철거 처리기간 46일 가장 늦어 LA한인타운이 '새로운 스키드로(skidrow·노숙자 집단거주지)'가 되고 있다. 본지는 한인타운내 노숙자 증가 실태를 객관적 통계로 입증하기 위해 LA시 '311 민원신고'에 접수된 홈리스 텐트 철거(Homeless encampment request) 원본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했다. 그 결과 한인타운내 신고 건수가 다운타운의 스키드로를 제외한 시 전역에서 가장 많았다. 올해 1월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LA시에 접수된 홈리스 텐트 철거 신고는 모두 1만9735건이다. 다운타운 스키드로 1826건에 이어 한인타운이 999건으로 2위를 차지했다. 하루 3.5건 꼴이다. <표 참조> 스키드로는 1930년대부터 형성된 노숙자 집단거주지로 홈리스들의 홈타운으로 불린다. 한인타운에서 두 번째로 신고 건수가 많다는 것은 한인타운이 노숙자들의 '뉴타운'이 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신고 장소를 지도상에 옮겨보면 공원과 산이 있는 곳을 제외한 시 전역에서 홈리스 텐트 철거 민원이 접수됐다. 신고 다발 지역을 좀 더 자세히 분석하기 위해 각 신고건의 경도와 위도를 지도상에 점으로 표시했다. 다운타운 754개, 한인타운 423개, 한인타운 북쪽과 맞닿은 센트럴 할리우드 256개 등의 순으로 밀집됐다. 한인타운내 신고는 주로 윌셔와 6가, 버몬트 애비뉴를 중심으로 집중했다. 특히 1가와 버몬트에 위치한 몰에서 가장 많은 3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3가와 뉴햄프셔 교차로 남서쪽 몰에서 25건, 북동쪽 몰에서 23건의 신고가 몰렸다. 이 부근에서 4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처음 식당문을 열 때만 해도 이 주변에 노숙자는 없었다"며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늘더니 이제는 홈리스들이 수시로 식당에 들어와 돈과 음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LA시 전역에서 홈리스 신고는 증가세다. 1월 1658건을 시작으로 3월 1968건, 5월 2119건, 9월 2671건 순이다. 한인타운내 월별 신고 횟수 추이는 지난 3월 181건으로 최고 정점을 찍었다. 이어 4월 77건으로 급감했다가 6월 94건, 7월115건, 9월 122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한인타운과 센트럴할리우드 사이에서는 일종의 '풍선 효과' 현상이 확인됐다. 한쪽에서 노숙자가 줄어들면 다른쪽에서는 늘어났다. 센트럴할리우드내 노숙자 텐트 철거 신고건이 1월에서 3월 사이 평균 38건으로 주춤할 때 한인타운의 신고건은 평균 126건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반면 5월부터 8월사이 한인타운내 평균 신고 건수가 93건으로 줄어들 때 할리우드는 111건으로 증가했다. 한인타운내 텐트 철거 처리 소요시간은 평균 46일로 LA시에서 가장 느렸다. 특히 센트럴 할리우드의 20일에 비해 2배 이상 처리기간이 걸렸다. 또 다운타운(27일), 밴나이스(35일) 역시 한인타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처리됐다. 민원 처리가 늦어지면서 한인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버몬트 애비뉴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정기훈씨는 "대낮에 여성 홈리스가 인도에서 노상방뇨를 하고 남성 홈리스는 성기를 꺼내기도 했다"며 "되도록 피하고 싶은 길"이라고 말했다. 6가와 하버드 인근에 사는 박희선씨는 "한때 노숙자 텐트가 7~8개 생겨 노숙자촌이 만들어졌다"며 "혼자 지나다니기 무섭다"고 말했다. LA카운티 홈리스 철거 신고는 311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접수가 9972건으로 가장 많았다. 전화 4001건, 이메일(195건), 지역구 의원실 방문(161건) 순이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2017-10-12

노숙 여성 느는데…남성 노숙자만 '관심'

길거리 여성들이 도움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여성 노숙자를 위한 관리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도네이션 물품 등도 주로 남성에게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인 노숙자 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수년 사이 여성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여성 전용 셸터 및 여성 용품 도네이션이 부족해 사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노숙자 하면 일반적으로 '남성'을 떠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 노숙자에 대한 관리 인식 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성 셸터를 운영 중인 무지개선교회 이지혜 대표는 "노숙자 밀집 지역에 가보면 여성 노숙자들은 변변한 화장실도 없이 길거리에서 거의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며 "직업 교육을 받기 위해 셸터로 간다 해도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나 여성용품 등이 부족해 여성 노숙자는 재활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성 노숙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LA노숙자관리국(LAHSA)에 따르면 현재 LA카운티 전체 노숙자(5만7794명) 중 여성은 1만8000여 명이다. 전년 대비 무려 16%가 증가한 수치다. 노숙자 사역 단체 오병이어의 이기영 목사는 "노숙자 단체들의 사역은 아무래도 남성 노숙자를 위한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 게 사실"이라며 "대부분 외부 도네이션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남성 노숙자에 비해 소수인 여성을 위한 사역에만 치중하기에는 운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 노숙자들의 고충은 심화되고 있다. 25일 LA데일리뉴스는 한 여성 노숙자의 말을 빌려 "LA다운타운 스키드로는 남자 노숙자들의 세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운타운여성인권엽합 조사를 인용, 여성 노숙자 2명 중 1명(55%)은 "깨끗하고 안전한 화장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도했다. 또, 스키드로내 노숙자 중 약 30%가 여성이며 10명 중 6명(60%)은 '50세 이상 여성'이다. 여성 노숙자의 40%는 남성 노숙자로부터 폭행 또는 성적 학대를 당해봤고, 20%는 음식, 술, 마약 등을 얻기 위해 매춘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LA지역 한인 노숙자 단체 한 관계자는 "여성 노숙자에게는 남성 노숙자로부터 음식이나 물품 등을 빼앗기거나 성폭행을 당하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며 "여성 노숙자들은 전용 공간이 부족해 한밤에 화장실을 가는 게 무서워 텐트 안에 양동이를 두고 대소변을 보거나 생리대 같은 여성용품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성 노숙자를 도우려면 '여성 자원봉사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베레카홈리스미니스트리 디케이 이 간사는 "노숙자 사역은 위생 상태도 안 좋고 여러모로 고충이 많기 때문에 실제 길거리에서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자원봉사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편"이라며 "아무래도 남성 자원봉사자가 여성 노숙자를 도우려면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여성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LA카운티 정부는 지난 3월 통과된 주민발의안H(노숙자 장기지원책)를 통해 여성 노숙자들에게 저소득층 주택 200가구를 제공하기 위한 기금 마련을 검토 중에 있다. 장열 기자

2017-06-26

"노숙자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LA한인타운 노인아파트 입주자들이 노숙자 밀집에 따른 생활불편을 호소하며 시의회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10일 맥아더파크 옆 파크뷰테라스아파트 입주자들은 노숙자 문제 대책마련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관할 시의원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입주자 90%는 70~100세 한인이다. 이날 모인 한인 입주자들은 최근 시 공원관리국이 맥아더파크 잔디 보호를 이유로 노숙자 출입을 금지하자 아파트 앞 거리에 노숙자 텐트촌이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입구에 노숙자 텐트 10여 개가 들어서면서 악취는 물론 거리 이동과 주차장 이용에 불편하다는 것이다. 한 입주민은 "노숙자가 길가에 대소변을 버려 악취가 난다. 소음, 잠재적인 범죄 위험성, 통행의 어려움 등 도저히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다른 입주자는 "마약이나 폭행 위협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나이 많은 주민들이 위협을 느낀다. 당국에서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지구 길 세디요 의원 사무실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경청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 관계자는 "노숙자 텐트를 무단으로 철거할 수는 없다"면서 "12일 이 지역을 우선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살펴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대책회의에서 LA 시가 장기적인 노숙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입주자는 "노숙자도 사람이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덮으려 하지 말고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재라 인턴기자

2017-05-10

"크리스마스 선물로 햄버거 먹고 싶다는 말에…"

"얼마 되진 않지만 이 돈으로 노숙자가 필요한 데 써줬으면 합니다. 꼭 돕고 싶습니다." 지난 23일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본지는 21일부터 24일까지 LA한인타운 노숙자에 대한 심층취재를 실었다. 전화 주인공은 28일 2000달러짜리 체크를 들고 찾아왔다. 전화를 받았을 때 돈을 많이 벌어 놓은 부유한 시니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20~3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새마을'이라고 적힌 모자를 눌러 쓴 다소 허름한 모습. 노숙자를 돕겠다며 손을 내민 이는 LA한인타운에서 분식점(김밥천국)을 운영하는 이의진(65·사진)씨다.(알리고 싶지 않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하는 이씨를 겨우 설득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잘 나가는 비즈니스맨이 아니다. 작은 분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이다. 한마디로 이씨가 건넨 돈은, 그가 직접 김밥도 말고 배달도 해가며 번 돈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안정적이다. 이 정도면 됐다"며 "조금씩이라도 남을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노숙자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근데 그 중 한 노숙자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말에… 가슴이 미어져 왔습니다." 말을 하던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려웠던 과거가 떠오르는 듯했다. 이씨는 19년 전 IMF로 사업에 실패하고 배낭 하나 덜렁 메고 LA로 건너왔다. 무일푼이었다. 하지만 그가 찾은 미국 땅은 너무도 혹독한 곳이었다. 식당 공사를 한 달 넘게 해주고 그가 손에 쥔 돈은 200달러. "처음에는 담뱃값이나 하라고 주는 돈인 줄 알았습니다." 영주권을 해주겠다는 주인의 말에 아내도 데려왔다. "식당에서 둘이 자고 먹고 하며 하루종일 일을 했죠. 그랬더니 두 명이 일했다고 주는 돈이 한 달 500달러였습니다. 그때 쪽방에서 등돌려 울던 아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이후에도 그는 이쪽저쪽을 떠돌며 일했지만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한인들의 무시와 멸시였다고 전했다. "50세가 다되어 가는 나이였는데 공사판에서 일하는 저를 '야 임마'라고 부르더군요. 어휴~그 무시…. " 그래서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더 도우며 살고 싶다고 했다. "노숙자들은 어떻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홀대를 받겠어요. 그들도 오죽했으면 그렇게 살겠습니까. 그리 살고 싶어 사는 게 아닌데." 그는 돕고 싶은 이웃이 있으면 앞으로도 꼭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사람들에게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라고 말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이 떳떳해야 말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도우며 살려고합니다. 그래야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는 삶을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본지는 기부금 중 일부는 한인노숙자 쉼터를 운영하는 김요한 신부에게 전달하고, 일부는 노숙자들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 직접 노숙자들에게 전달한다. 오수연 기자 oh.sooyeon@koreadaily.com

2016-12-28

"노숙자 대란, 20년 사회문제 한꺼번에 터진 것"

"노숙자 증가는 '퍼펙트 스톰'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LA경찰국(LAPD) 서부지역본부는 산하 경찰서마다 노숙자 담당 경찰 2명씩을 선발했다. '희망을 나누는 팀'(LAPD HOPE TEAM)은 최근 노숙자 문제 심각성을 반영한다. 이 팀은 관내 노숙자 현황을 파악하고 그들과 대면해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림픽경찰서에서 희망을 나누는 팀에 자원한 조셉 세리토 경관은 "최근 노숙자 대란은 20년 가까이 쌓였던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 '퍼펙트 스톰'"이라고 우려했다. 세리토 경관은 'LA다운타운 등 도시 난개발, 렌트 등 부동산 고공행진, 교도소 재소자 조기출소, 전직군인 증가, 실업자 증가, 2세대 노숙자' 등 노숙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개인의 나약함을 탓하기엔 사회가 빚어낸 그늘이 너무 짙다는 말이다. "올림픽 경찰서 관할구역을 돌면서 노숙자 380~420명 정도를 만났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노숙자도 많습니다. 한인타운에 온 노숙자는 이곳이 무서운 다운타운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말해요. 우리도 언제든 노숙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의 일이 아닙니다." 세리토 경관은 대안 없이 사람들을 거리로 내모는 현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세입자를 내쫓고, 재소자가 조기출소하고, 전직군인을 외면하면 그들이 갈 곳은 거리밖에 없다. 그나마 따뜻한 남가주 날씨가 그들에게 얼어 죽지는 않는다는 위안을 준단다. 특히 그는 노숙자의 대물림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를 데리고 노숙하는 싱글맘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노숙자 자녀는 성인이 될 때까지 방에서 자보지도 못하고 학교 교육도 못 받을 때가 많다. 세리토 경관은 "눈에 보이는 개발만 좋아하면 될까요. 공동체가 무언가를 해야 합니다. 집과 상가 앞 노숙자를 보며 눈살만 찌푸리지 말고 정중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자"라고 강조했다.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 Do they know it's Christmas 시리즈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1>현황 - 33곳 59개 텐트…올림픽·7가 길 운집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2> 삶 - "먹어야 하니까…"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3> 시선 - 노숙자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한인타운 노숙자 르포] "… …" ◇LA한인타운 노숙자 인터뷰 - 타인의 시선 안중에 없어야 "살 수 있다" ◇한인 노숙자의 성향 - "거리생활 창피"…재활의지 강해 ◇[사설] '노숙자 텐트' 해결 시급하다

2016-12-22

노숙자 주택·아파트 확충 '공채 12억 달러'

▶LA의 노숙자 문제 개선 방향 LA는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시민들 역시 그 심각성을 인지하면서 시의 노숙자 정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1월 선거에서 메저 HHH가 찬성 76.1%로 통과됐다. 앞으로 노숙자 주택과 저소득 아파트 확충을 위한 공채 12억 달러가 발행된다. 시는 향후 10년간 12억 달러를 마련해 이중 80%를 노숙자 주택 예산에 배정할 예정이다. 주택 소유주에게는 주택 가격 10만 달러당 연 4.50~17.50 달러의 세금이 부과된다. LA시에 따르면 현재 여성과 어린이, 퇴역군인, 시니어, 위탁 청소년, 장애인 등을 포함한 장기 노숙자를 위한 1만 유닛의 규모의 영구지원주택이 필요한 상태다. 또한 가세티 시장은 공채 발행되면 다운 타운에 정신상담과 약물 남용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106유닛 규모의 노숙자 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노숙자 4만7000명의 문제 해결을 위해 판매세 인상에 나서고 있다. 수퍼바이저위원회는 내년 3월7일 선거 때 판매세를 0.25센트 인상하는 주민발의안을 상정하도록 지난 6일 만장일치 승인했다. 내년 3월 노숙자 대책 주민발의안이 통과하면 현행 9%인 판매세에 별도 세금이 부과된다.

2016-12-22

"거리생활 창피"…재활의지 강해

8년간 LA한인타운에서 한인 노숙자를 돕고 있는 세인트 제임스성공회 성당의 김요한 신부는 자체적으로 보호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3차례 이사 끝에 지난 3월에는 새로운 보금자리도 찾았다. 하지만 이곳 역시도 주변 이웃들의 시선이 따갑다. 그는 "얼마 전까지 21명의 노숙자가 이곳에서 살고 있었지만 부득이하게 5명을 내보냈다"며 "주변 이웃들이 아무래도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고 신고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런 시선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담벼락을 만들었다가 시 규정에 어긋나 철거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게 보이려고 신발들은 꼭 안쪽에 들여 놓게 하고 출입은 최대한 늦은 시간에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노숙자들이 그것도 집단으로 생활하는 이웃을 누구도 반길리 없기 때문이다. 현재 보호시설에 있는 노숙자 수는 16명이다. 한인 노숙자들은 미국 노숙자와는 조금 다른 성향을 보인다고 김 신부는 말한다. 집이 없어도 거리 생활보다는 차에서 생활을 하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친구 집에라도 얹혀 살려고 노력한다. 김 신부는 "한인 노숙자들은 노숙자라는 것을 너무도 창피하게 여긴다. 거리에서 그것도 한인타운에서 노숙생활을 하려 하지 않는다"며 "때문에 다른 인종들에 비해서는 재활의지가 강한 편이다. 지금까지 80명의 한인 노숙자들이 이곳을 거쳐갔고 이 중 20명이 직장을 잡아 나갔다"고 말했다.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 Do they know it's Christmas 시리즈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1> 현황 - 33곳 59개 텐트…올림픽·7가 길 운집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2> 삶 - "먹어야 하니까…"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3> 시선 - 노숙자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한인타운 노숙자 르포] "… …" ◇LA한인타운 노숙자 인터뷰 - 타인의 시선 안중에 없어야 "살 수 있다" ◇"노숙자 대란, 20년 사회문제 한꺼번에 터진 것" 올림픽경찰서 노숙자 담당 경관 ◇[사설] '노숙자 텐트' 해결 시급하다

2016-12-22

노숙자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시선은 세 갈래로 나뉜다. 노숙자를 바라보는 첫 번째 시선은 불쌍함이다. 측은하다. 그러나 곧바로 불쾌함에서 오는 불편함이 커진다. '좀 열심히 노력하지'라는 물음이 온다. 그러다 '나도 삐끗하면 그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온다. 때때로 이들이 벌이는 소동은 공포감내지 처절함마저 준다. 상당수의 시선은 차갑다.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LA한인타운 아드모어와 6가길 인근 릴리 어린이 학교 앞에는 텐트 2개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어린이 학교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 텐트는 2년 전부터 학교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임신한 여성과 남자친구, 엄마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엄마만 남아 있다고 했다. 게다가 2주전에는 남성 두 명이 함께 사는 또 하나의 텐트도 생겼다. 이 학교 디렉터는 "노숙자들이 종종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겁을 먹는다"며 "경찰에게 아이들 교육에 안 좋다며 학교 뿐아니라 학부모들도 세 차례에 걸쳐 철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답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들은 만약 물리적인 폭력이 있을 때 신고하면 그때는 철거 명령을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늦은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뉴햄프셔와 올림픽 길 작은 몰의 상인들 역시 앞 인도에 있는 노숙자들이 달갑지 않다. 퀵클리 보바의 사장은 "우선 고객들이 싫어한다. 종종 가게에 들어와 화장실을 쓰는데 냄새가 너무 지독한데다가 화장실도 완전히 지저분하게 해 놓고 나간다. 좋을 리가 없지 않냐"며 "시에서는 세금 다 받아가면서 이런 문제도 해결해주지 않는 게 맞는 것이냐"고 강조했다. 바로 옆 헤어숍의 낸시 김 사장 역시 노숙자가 앞에 있는 자리를 잡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떠냐고 묻자 "안 괜찮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너무 지저분하다. 특히나 올림픽대로는 한인타운의 중심이 되는 큰 길인데 노숙자들이 이렇게 많이 생기면 우리 가게는 물론이고 한인타운 이미지에 손상을 입는 것이 아니냐"고 전했다. 노숙자 텐트는 거리 청소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텐트를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규정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는 텐트를 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온종일 텐트를 치고 있는 상황이다. 노숙자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6월에는 LA한인타운 8가 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수사결과 노숙자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다 한 명이 홧김에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5명이 사망했다.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Do they know it's Christmas 시리즈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1>현황 - 33곳 59개 텐트…올림픽·7가 길 운집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2> 삶 - "먹어야 하니까…" ◇[한인타운 노숙자 르포] "… …" ◇LA한인타운 노숙자 인터뷰 - 타인의 시선 안중에 없어야 "살 수 있다" ◇한인 노숙자의 성향 - "거리생활 창피"…재활의지 강해 ◇"노숙자 대란, 20년 사회문제 한꺼번에 터진 것" 올림픽경찰서 노숙자 담당 경관 ◇[사설] '노숙자 텐트' 해결 시급하다

2016-12-22

타인의 시선 안중에 없어야 "살 수 있다"

노숙자에게도 크리스마스는 기다려지는 하루일까.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지도 모를 질문을 던졌다. "만약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 무슨 선물을 하고 싶어요?" 노숙자의 상당수가 이 질문에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대부분이 가족이나 친구도 없고 또는 연락이 끊긴 지 오래기 때문이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붙였는데도 이 질문에 그들의 머릿속은 멍해지는 듯 싶었다. 크리스마스 선물? "배 고프다" 38세의 김홍석씨는 윌튼과 올림픽길 코너에 있는 작은 공원에 살고 있다.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는 그의 살림살이다. 철봉은 옷걸이고 벤치프레스용 긴 의자는 그의 침대다. 인사를 하자 그가 수줍은 듯 배시시 웃는다. 그와의 대화는 힘들다. 10가지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은 많아야 1~2개다. 게다가 단답형이다. 그와의 대화에서 들을 수 있었던 얘기는 젊은 시절 마약을 했고 가족과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참 만에 답이 돌아왔다. "햄버거…". 마흔살이 가까운 그가 갖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은 먹을 거다. 눈빛은 절박했다. 진짜 갖고 싶은 선물이었다. 거리의 허기는 간절했다. 19년차 여성 노숙자 라일라는 노숙생활 19년차다. 40세에 거리생활 시작해 58세가 됐다. 그의 중년의 삶은 거리에서 시작돼 거리에서 끝난 셈이다. 그녀는 요즘 노숙자들이 흔하게 가진 텐트 하나 없다. 대신 이사를 하듯 차곡차곡 잘 정돈해 놓은 카트 하나와 접이용 야외 의자가 전부다. 19년의 노숙생활에 비하면 단출한 편이다. 라일라는 오랜 노숙생활에서 오는 그만의 규칙이 있다. 결코 주변을 더럽히지 않는다. 음식을 먹고나면 음식 쓰레기는 모두 모아 한 블럭 떨어진 대형 쓰레기 통까지 걸어가서 버린다. 그래서 주변에는 떨어진 휴지 한 조각이 없다. 노숙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화장실이다. 하지만 그 또한 라일라에게는 큰 문제가 아닌 듯 보였다. 인터뷰 도중 화장실을 가야겠다던 그녀는 비닐봉투와 신문지 그리고 생리대를 하나 꺼내들고 카트 뒤로 갔다. '설마…'하는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쪼그려 앉는다. 민망한 마음에 뒤를 돌아 혹시나 지나가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의도치 않게 망을 봤다. 그에게 사람들의 시선은 안중에 없는 듯했다. "타인의 시선은 안중에 없어야 살 수 있다." 수치심 같은 것은 노숙생활에서 사치였다. 여성 노숙자들에게 화장실 문제는 셸터에 머물지 않는 이상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히는 과제다. 거리에서 공공화장실을 찾기도 힘들 뿐더러 카페나 상점들이 쉽사리 그들에게 화장실을 내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을 소화한 잔해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다. 실존의 가벼움. 게다가 여성노숙자들이 감당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생리문제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여성노숙자들이 노숙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생리문제를 꼽았다. 보호소 등에서 생활을 한다 해도 생리대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후원을 받기 힘들다. 생리기간 제대로 씻지 않으면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라일라는 그렇게 일을 마친 뒤 휴지들을 잘 싸서 다시 한 블럭 떨어진 휴지통에 버리고 왔다. 19년 동안 그렇게 같은 하루를 살아서 일까. 그는 "크리스마스도 또 하나의 (평범한) 하루일 뿐"이라고 말했다. 라일라가 말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거리에서의 삶이 힘겨워." 하지만 그녀에게 어떤 출구도 보이지 않는다. 자존심 있는 노숙자 3가와 버질 애비뉴에 1년째 노숙 중인 인도계 50대 남성. 해피 빌리지 '사랑의 점퍼와 라면'을 핑계로 대화를 건네자 콧방귀를 뀐다. "나는 알래스카서 온 영주권자야. 저쪽 주차장 입구에서 5년 살았는데 그쪽 사람들이 경찰을 하도 불러서 중국총영사관 앞으로 이사했어. 여기선 누구도 나를 간섭하지 않아. 검은색 점퍼… 싫어 안 받을래. (그는 인도 잔디밭 천막집 흰색을 가리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색을 강조했다) 라면도 나는 안 먹어. 노숙자 취재를 원하면 나는 이야기하지 않을래. 그만 가줬으면 좋겠어." 지독한 가난은 자존심을 갉아먹지만 그는 달랐다.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지난 16일 오전 7시30분 윌셔와 샤토 플레이스 LA한인타운 최고급 주상복합 고층빌딩. 밤새 내린 비를 피하려 한 흑인 남성(51)이 1층 AT&T입구 앞에서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움직인다. 남루한 옷차림에 반쯤 젖은 옷가지, 그 모습이 안쓰러워 점퍼 하나를 건넸지만 차마 시선을 고정할 수 없었다. 다행히 비가 그치자 그는 활기를 되찾았다. 인근 노숙자 촌으로 카트를 움직인 그, 이날 새벽 4시부터 한인타운을 돌며 캔과 플라스틱병을 주웠단다. 그 자리에서 캔과 플라스틱을 분리했다. "나는 재활용하는 남자야. 누구도 내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괜찮아.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다들 내게서 무언가를 뺏어가려고 하거든." 그는 지난 20년 동안 살아남기 위해 넝마주이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이거는 '빅 비즈니스'"라며 하루 5달러는 번단다. 주어와 동사가 서로 엇갈리는 횡설수설도 섞였지만,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체득한 삶이었다. "경찰은 만날 나보고 꺼지라고 해. 나는 그들이 싫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 Do they know it's Christmas 시리즈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1>현황 - 33곳 59개 텐트…올림픽·7가 길 운집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2> 삶 - "먹어야 하니까…" ◇심층취재: LA한인타운 노숙자 <3> 시선 - 노숙자를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한인타운 노숙자 르포] "… …" ◇한인 노숙자의 성향 - "거리생활 창피"…재활의지 강해 ◇"노숙자 대란, 20년 사회문제 한꺼번에 터진 것" 올림픽경찰서 노숙자 담당 경관 ◇[사설] '노숙자 텐트' 해결 시급하다

2016-12-21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